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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신자를 넘은 환자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0.03.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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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광신도라는 말은 종교적 의미로 사용됐다. 도를 넘어 이성을 잃을 정도로 지나치게 종교를 믿는 사람을 그렇게 불렀다. 그러나  요즘은 그 의미가 넓어져 종교뿐만 아니라 연예인이나 정치인 포함 특정 대상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최근의 뉴스는 코로나19가 거의 휩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또하나가 이단으로 거론된 신천지다.

진보 논객을 자처하는 진중권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따르는 광신도들을 신천지에 빗대어 ‘문천지’라고 불렀다. 진 교수는 “문천지는 한결 같이 사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처럼 무엇에 홀려 문재인 대통령을 교주처럼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라고 했다. 진 교수가 문천지라 지칭하는 것은 요한계시록 21장에 ‘새 하늘과 새 땅’을 추구한다고 한 성경 말을 인용한 것인데, 문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빗대어 신천지와 같다고 보고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문천지를 광신도들로 구성된 사교집단이라고 했다. 문 교주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옳다는 광신도들은 단군 이래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파렴치한 인물들을 요직에 임명해도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며 지지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진 교수는 꼬집었다.

또다른 한 부류는 전광훈 목사가 이끌던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라는 단체다. 서울시가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서의 집회를 당분간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처인데, 그들은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했다. 8천여명의 참가자가 모인 자리에서 전 목사는 “임상적으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야외에선 전혀 감염이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왔다”며 억지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이런 예배에 참여하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둥 “우리는 병 걸려 죽어도 괜찮아, 하늘나라가 확보된 사람이야”라는 둥 황당무계한 주장을 했고 참가자들은 그때마다 “아멘”을 연호했다. 또 다른 목사는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우한 폐렴은 떠나갈지어다”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이 “아멘”을 외치며 환호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진중권 교수는 여기에 대해서도 "이 위험한 시기에 굳이 생업과 아무 관계 없는 대형 정치집회를 해야 하나"라며 "보수 우익은 바이러스가 피해가는 특별한 신체를 가졌나, 아니면 전광훈 목사 영력이 워낙 세서 바이러스가 접근을 못하나. 왜들 저렇게 철딱서니가 없는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회뿐만 아니라 성당, 사찰에 다니는 종교적 신자들뿐 아니라 무신론자,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광적으로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광신도의 범주에 속한다. 사회적 통념상 이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특성을 보인다. 원인을 어디서 찾을까. 우리는 빠른 경제적 성장을 이뤘지만 분단국가라는 불안한 상황이다. 언제든지 전쟁이 날 수 있다는 불안이 정치적 불안을 안고, 정치적 불안은 곧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 사회에 광신도가 많은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상당수는 협조적이지만 일부 교회는 법적 조치하겠다는 경고에도 아랑곳 않는다.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이라 말해도 현장 지도나 감독을 어불성설의 종교탄압이자 신성 모독이라고 주장한다.

나라가 어지럽고, 민심이 흉흉하면 사이비 종교단체가 생기고 그것을 무조건 믿는 광신도들과 사이비 교주가 민심을 교란시킨다. 지금 우리는 공동체의 존망이 걸린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이 애쓰며 뜻을 함께 모으는 중이다.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를 놓치면 그다음은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이럴 때 엇박자 놓으며 몽니를 부리는 집단이 바로 광신도다. 이런 교회의 웅장한 성전 안에서는 우렁찬 아멘 소리나, 거룩한 찬송으로도 지울 수 없는 돈 냄새만 날뿐 영광과 평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기도 안에 어찌 예수께서 임할 것인가. 예수는 자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도 했다. 코로나19의 습격에 이웃이 죽어 나가도 주일 교회예배를 기어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무리들, 그들이 광신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코로나19 창궐이 정말로 마귀의 짓인가.

과유불급이다. 선한 믿음이 지나치면 광신도가 되고, 광신도의 도를 넘으면 환자가 된다. 치유할 수 없는 영혼의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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